김 씨는 양쪽 나팔관 폐쇄로 복강경을 통한 난관 복원수술을 받았으며 이후 네 차례의 체외수정 시술을 받았으나 모두 임신에 실패했다. 난자 채취 문제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수정 후 자궁 착상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는 또다시 체외수정 정부 지원을 신청하기 위해 지역 보건소에 들렀다가 우연히 부산시한의사회가 주관하는 한방난임치료 지원사업 홍보물을 보게 됐다. 처음에는 한방으로 난임을 치료한다는 말에 의구심이 들었지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보건소를 통해 이 사업에 지원했다.
한의사 강선희 우암한의원 원장은 처음 내원 당시 김 씨의 몸은 습담(濕痰)이 많았다고 기억했다. 약간 통통한 체형이었으며 자궁이 약해 수정란이 착상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는 것. 강 원장은 우선 습담을 제거하고 자궁의 기력을 북돋우는 한약을 교대로 처방했다. 2주일에 한 번씩 침 치료도 병행했다. 거의 매일 내원해 치료를 받는 등 김 씨 역시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했다. 운동, 특히 많이 걷으라는 말에 부산진구 부암동 자택에서 남구 우암동 한의원까지의 전체 8㎞ 중 3㎞ 정도를 걸은 뒤 대중교통을 이용했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치료 시작 2개월여 만에 좋은 소식을 들었다. 자연임신이 된 것이다. 김 씨는 지난 3월 순산한 뒤 두 아이를 품에 안았다. 얼마 전에는 강 원장을 방문해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강 원장은 "자궁 환경이 열악해 착상에 어려움을 겪는 난임환자의 경우 한방 치료를 받으면 아주 큰 효과를 볼 수 있다"며 "몸과 심리상태를 안정되게 도와주고 자궁을 깨끗하게 해주면서 기능을 향상시켜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반적인 난임환자에 대한 조언으로 평소에 걷기 운동을 충분히 하고 균형 잡힌 식생활을 하는 것이 좋다고 권했다. 걷기는 몸을 따뜻하게 해주고 전신의 기혈 순환을 원활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한방난임사업 3년째 순항
임산부의 날인 10일 오후 6시 부산 호텔농심 허심청 2층 대청홀에서는 의미있는 행사가 열렸다. 부산한의사회가 지난해 한방난임치료 지원사업을 통해 임신과 출산에 성공한 가족들을 초청해 여는 제2회 부산한방 '하니' 탄생 축하기념회가 바로 그것이다. 이날 행사에는 '하니' 가족 21개 팀, 80여 명이 참석해 많은 축하를 받았으며 어렵게 아이를 얻은 소감을 발표하는 시간도 가졌다.
이날 행사에는 백종헌 부산시의회 의장을 비롯해 부산시의회 손상용, 이진수, 이종진, 정명희 의원과 김희영 부산시 건강체육국장 등 부산시 관계자,부산시한의사회 임원진 등이 참석했다.
부산시한의사회와 부산시는 2014년 처음으로 '한방난임 치료비 지원사업'을 시작해 올해로 3년째를 맞았다. 첫해 2억3000만 원(시 1억, 한의사회 1억3000만 원)으로 126명의 가임기 여성을 대상으로 실시한 데 이어 2015년 250명, 2016년에는 246명이 참여해 첫해에 비해 배가량 증가했다. 예산도 2015년 4억5000만 원(시 2억, 한의사회 2억5000만 원)에서 올해 총 5억 원(시 2억, 한의사회 3억 원)으로 크게 늘어났다.
결과도 좋았다. 첫해에 한방난임치료를 받은 126명 중 34명이 아이를 가져 27%의 임신 성공률을 기록해 의미 있는 성과를 얻었다. 지난해에는 치료를 완료한 219명 중 48명이 임신에 성공해 22%의 성공률을 보였다. 참고로 2012년 국정감사 때 나온 양방에 의한 인공수정과 체외수정 임신 성공률은 각각 11.4, 32.2%였다.
이 사업은 만 44세 이하 저소득층 여성을 주 대상으로 하며, 참여 여성은 무료로 치료를 받을 수 있다. 올해 참여한 246명은 현재 39곳의 지정 한의원에서 맞춤식 한방치료를 받고 있다.
부산시한의사회 오세형 회장은 "한방난임치료 지원사업을 통해 태어난 우리 '하니'들은 이 세상 누구보다 소중한 아이들로 향후 이 아이들이 부산의 미래가 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며 "내년에 진행되는 사업도 부산시한의사회 회원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신문 조민희 기자 cor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