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년 치료비 지원사업 첫 시행
- 126명 중 34명 임신 '성공적'
- 내년도 국비 반영 추진나서
결혼한 지 6년째인 직장인 전지은(36) 씨는 지난 6월 그토록 원하던 아이를 출산했다. 지난달엔 아들의 백일잔치도 했다.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아이의 탄생으로 시댁과 친정에 웃음꽃이 피었단다.
전 씨는 지금까지 한 번도 임신을 못한 난임환자였다. 2011년부터 3년 내리 체외수정 시술을 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성숙한 난자 채취가 어려운 데다 수정 후 착상이 잘 안 됐기 때문이었다.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지난해 6월 네 번째 체외수정 정부 지원을 신청하러 보건소에 들렀다가 우연히 부산시한의사회가 주관하는 한방난임지원사업 포스트를 봤다.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보건소를 통해 지원했다. 운도 좋았다. 처음엔 떨어졌지만 대상자로 선정된 한 여성이 포기하는 바람에 대타로 합류했다. 솔직히 전 씨는 한방에 대한 기대치는 크지 않았지만 한 번 믿어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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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방난임 치료 덕분에 출산에 성공한 전지은 씨 부부의 아들 백일잔치 모습. |
다나한의원 김경애 원장은 전 씨를 임신할 준비된 몸이 아니었다고 기억했다. 피가 부족한 혈허증, 몸이 찬 양허증에 저혈압이 있고 약간 통통한 비만형이었다. 체외수정 실패로 인한 부작용과 이로 인한 약간의 우울증 증세도 보였다. 임신에 앞서 침과 한약을 통해 우선 건강상태 회복이 급선무였다.
신장이나 간기능을 보강해서 피가 잘 만들어질 수 있는 보혈치료와 몸을 따뜻하게 하는 치료에 주안점을 뒀다. 3개월간 한약 6재를 복용하고 같은 기간 침과 뜸 치료도 병행했다. 차츰 효과가 나타났다. 몸이 따뜻해지고 자연스럽게 체중 감량이 됐다. 생리량과 함께 평소 부부관계 때 부족했던 분비물도 늘었다. 기적이 일어났다. 4개월째 접어들자마자 자연임신에 성공했다.
김 원장은 "특정 부위를 진료하는 양방과 달리 한의학은 몸 전체에서 그 원인을 찾는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임신과 관련되는 자궁이나 난소 나팔관 등 생식기 부위를 벗어나 몸 전체를 살펴 어떤 기능이 좋지 않아 임신이 되지 않는 지를 관찰하고 이를 보완한다. 한방의 난임 치료 방식이 다양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한방 난임사업 정부지원 절실
부산시한의사회와 부산시는 지난해 처음으로 '한방난임 치료비 지원사업'을 시작했다. 2억3000만 원(시 1억, 한의사회 1억3000만 원)으로 126명의 가임기 여성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난임 여성은 무료로 치료를 받는다.
결과도 좋았다. 지난해 한방난임치료를 받은 126명의 여성 중 34명이 아이를 가져 27%의 임신 성공률을 기록해 저비용 고효율의 전형을 보였다. 이달 현재 22명이 아이를 낳았고 2명이 출산을 앞두고 있다. 나머지 10명은 아쉽게도 유산을 했다. 참고로 2012년 국정감사 때 나온 인공수정과 체외수정 임신 성공률은 각각 11.4, 32.2%였고, 이때 소요된 비용은 1인당 각각 1105만, 1224만 원이었다. 이번 한방치료의 경우 1인 당 589만 원이었다.
한방난임 치료가 효과가 있음을 확인한 부산시한의사회와 부산시는 올해 예산을 4억5000만 원(시 2억, 한의사회 2억5000만 원)으로 배 가까이 늘였다. 만 38세 이하 저소득층 여성이던 조건도 만 44세로 늘려 현재 250명의 여성이 38곳의 지정 한의원에서 맞춤식 한방치료를 받고 있으며 결과는 빠르면 내년 1월 중순께 나올 것으로 보인다.
내년도 예산은 7억7300만 원(시 3억, 한의사회 4억7300만 원)이며, 대상 여성도 350명으로 늘렸다. 이달 중순부터 내년 1월 중순까지 16개 구·군 보건소를 통해 신청을 받는다.
부산시한의사회와 부산시는 한방난임 치료비 지원사업이 내년도 국비에 반영되도록 애쓰고 있다. 만일 국비 반영이 된다면 치료 대상을 늘릴 계획이다.